[스크랩] 부울경지부 정모 후기(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며칠전 까지 초여름 날씨를 보여 덥더 덥다 하였는데
오늘은 저온 현상에 강풍 주의보 까지 초 겨울 날씨다.
마음도 어지러운데 날씨마저.....그래도 예정된 모임 아닌가..
마음을 다잡고 약속장소로 향한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6시 , 조금 있으니 김광련 시인님이 도착하였다
이어 부산에서 정광일시인님이 그리고 엄혜경시인님과 그림자 친구분
이동조시인님,한희옥시인님, 멀리 창원에서 예원호시인님 예외석시인님
교통사고로몸이 불편하신데도 참석하신 박팔곤시인님,박순영시인
모두 11분 정말 반갑고 소중한 분들이다.....
건강한 모습을 뵈니 기분이 좋다....
고등어 쌈밥을 시켜 식사를 하면서 문단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등등을
하면서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정이란 자주 보아야 깊어지나 보다
이젠 친 형제자매들 처럼 친근하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는 말처럼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6월말에 있을 상반기문학상 시상식에 많이 참석 해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회워여러분 만나서 너무너무 좋았고...감사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쓰셨으면 합니다....
오늘 모임에서 낭송한 詩입니다....
찐쌀
엄혜경
어린 날 방학이 되면
할머니께서는 어김없이
손주놈을 위해서 군것질꺼리로
찐쌀을 준비해 두셨다
대청마루에 나란히 얹혀 놓고
찐쌀 한 움큼 담아 오셔서
손에 쥐어 주셨다
씹고 곱씹으니 더욱 고습고
할머니께서는 오물오물거리는
손주들의 작은 입에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
돌아 올 때면 마을 어귀까지 배웅을 나오시며
찐쌀 한 봉지를 챙겨주셨다
맛난 음식 천국에 살고 있다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맛도 없는
찐쌀만큼도 못하니
불혹의 나이에 할머니 생각이 날 때면
생쌀을 씹곤한다.
<갈대 앞에서>
정광일
여름날 세찬 비바람에도 꺽임 없고
가을날 주검 앞에서도 꼿꼿한 기상으로 버텨내던 강인함
살을 에는 겨울 추위와 생의 타협을 마다한
당당하던 갈대의 주검도
생사가 교차하는 이 봄
한낱 거추장스런 허울뿐임을 알았네
참된 삶이란 것이
앞선 이들의 좌절과 시련 주검을 밟고
그 위에 덧대어지는 새로운 도전들의 합작이라는 걸
하필이면 싱싱한 생명이 솟구치는 갈대 앞에서
새삼 깨달아야 하는가
사람의 권세와 부귀와 영화도 이와 같을진대
가지려는 발버둥은 인성을 내동댕이치는 추락의 길이고
버리고 살자니 외톨이 인 채로 성장을 멈춘 못난이 삶이라
영욕의 한 세월 미련 한 줌 떨치지 못하고 방황하는 걸음이
하찮은 생명 앞에 서서 작은 깨우침으로 고개 숙인다
옳고 그름을 내세워 득과 실이 드러난다고
가까운 이웃을 버려야하는 아픔보다 나을 것인가
시비 걸면 한 발 물러서고 아파하면 다가가 포옹하는 마음가짐으로
주검의 그림자와 생의 빛이 공존하는 저 생태계처럼
함께 어우르고 파묻혀서 한세월 좋은 시 한 편으로 녹아내릴일이다.
<그리움>
예원호
바람이
벌판을 내닫는다
굴레를 벗어난 바람은
아무 두려움이 없다
어느 곳에서나
빈 자리의
허기를 채우다가
아침의 싱그러운 잎새와
꽃가지를 흔들며 지나간다
또다른 때는
해 저문 노을의 우수와
어둡고 시린
골짜기를 지나간다
바람은
삶을 지어가며
그 색깔을 사랑하고
성깔을
멈추지 아니하고
광기를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픈 기억과
생채기를 쓰다듬으며
터엉 빈 가슴을
그리움으로 채운다.
망부석
이동조
치술령에 오르면
망부석만 외로운데
망부석 딛고 서면
아스라이 동해는
그때처럼 멀기만 하네
왕제 미사흔을 구하고
왜국에 잡힌 충신
개 돼지가 될지라도
왜국의 신하는 되지 않겠노라
모진 고문 화형에
불귀의 객이 된 지아비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돌이 된 치술신묘
망부석은 천년을 말이 없는데
무심한 봄바람은
그 전설 아는지 모르는지
동해로만 불어 가누나.
어버이날 즈음
한희옥
유년기 청소년기 철이 없어
친구만 좋아라 하고
쓴맛은 당신 받아드시고
단맛은 뱉어 주시니
당신이 주신 사랑 받기만 했었지요
당신의 사랑은
심신계곡 샘물 같아서
넘쳐도 넘쳐도
주기를 주저하지 않았지요
제가 부모되어 자식 낳아 키워보니
주어도 주어도 내리 사랑은
부족하여 애타는 마음
산 입에 거미줄 칠세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가슴으론 당신의 은공
갚을 날이 오겠거니
세월만 흘렀지요
나 철들어 당신의 얼굴에
조그만 미소라도 보고싶어
반포지효 하렸더니
제곁에 안계셔주신다는
옛 고어 싯귀절이
매년 이맘때면
후벼파고 지나가네요.
<길을 걷다 생긴 의문 하나>
박팔곤
혹여 너인듯하여
발길 멈추고
너의 흔적 찾는다
사방 어느 곳에도
너의 흔적은 없구나
하늘 아래 함께 있어도
볼 수 없는 너이기에
가슴 저리다
보고 싶다 너무
이 보고픔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카시아꽃>
이문조
그 소녀의 집은
고개 너머에 있다
아카시아꽃 흐드러지게 핀
오월
그 소녀의 살 내음 같이
달디단 아카시아 향을
맡으며
산 고개를 넘었지
아카시아꽃
찾아드는 꿀벌처럼
그 소녀의
하얀 꽃 방을
무시로 드나들면서
우리의 사랑은
달콤한 우리의 사랑은
날 새는 줄 몰랐네
아카시아꽃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오월
이 밤
그 소녀가
꽃 속에서
하얗게 웃고 있다.
<사랑의 상처>
예원호
사랑을
잃으면
춥고
캄캄합니다
사랑이
떠나면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고
힘겹기만 합니다
사랑은
잃는 것도
떠나는 것도
아니라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랑은
결코
소멸되지 않으며
화로에 묻어둔
불씨 같이
화저로 헤집으면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문수사>
김광련
안개 자욱한 문수산 자락
굽이 돌아 백두 계단 오르면
세속의 때,번뇌,망상 사라지고
세파에 시달린 육신
감로수 한 잔에 말갛게 씻기우니
여기가 바로 극락이로세
문수사 큰스님 우렁찬 목탁소리
팽나무잎 우수수 떨어져
때아닌 노란 눈꽃 경내 휘날리고
무지의 회색 나비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부처님 더러
복 달라 명 달라 엎드려 조아리고
담장위 청설모
무슨 염원 있어 섭법 듣고 있는 걸까.
칠월의 자목련
박순영
꽃을 내린 나무에
아홉 살 때 처은 쓴 반성문처럼 핀
칠월의 자목련,이제는
꽃이 슬퍼질 때가 있다
여름 햇살
하루 지치게 하는 날
시골 학교 오 릿길은
아홉 살 나이에는 너무 멀었다
연필 대신 사 먹은 얼음과자
거짓은 오래 숨어 있지 못해
얼음과자 같은 막대 줄무뉘를
내 종아리에 그려놓고
차마 그 종아리를 어루만지지도 못하던
그 밤의 어머니 모습처럼 아리게
칠월의 자목련이 붉게 피었다
사소한 거짓말도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오늘도 뼛속 깊이 새겨 보는데
노을처럼 마지막이 아름다울 수 있게
또 한 번의 반성문 써도 좋으련만
시방은 그마저도 야단쳐 줄 이 없고
여름 그 밤의 어머니같이
칠월의 자목련만 보랏빛으로
아프게 아프게 멍들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
예외석
목련 가지의 꽃봉오리가 인사를 한다
수줍게 다문 앵무새의 부리처럼
운동회 날 달리기를 준비하는 아이처럼
녹아내리는 얼음조각이 인사를 한다
열람실에서 속삭이는 귀엣말처럼
노란 버스에서 조막손 흔드는 아이처럼
이제 곧 닥칠 만개의 순간도 찰나인 것을
옥수수 튀밥처럼 펑 터질 벚꽃처럼
잠깐의 화려함을 위해 생명을 잉태한다
봄은 어둠을 뚫고 지상에 솟아난 생명
긴 동면에서 깨어나 두 팔 벌려 기지개 켜고
펄럭이는 깃발처럼 생명은 그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