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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꽃 - 영원한 어머니의 표상` / 고은주 -7-

비 청 2008. 9. 2. 12:06

 

 

영원한 어머니의 표상 130x162cm 장지에채색 2006

 

꽃 -영원한 어머니의 표상

 예술가는 한편으로는 자연미를 추구하지만, 자연과 대립이 아닌 조화를 이룰 때 미가 실현된다. 아마도 예술가는 사물의 외관을 통해 외관에 표현되어 있거나 그 속에 스며들어있는 다양한 생동감을 일깨워 사람들로 하여금 감각세계 및 내면세계의 풍부함과 다양함을 보게 할 것이다.

 그리스 미학에서는 인간은 대상이 적절한 크기와 비례, 구(球), 색을 가질 때 미(美)를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작은 꽃잎 하나의 아름다운 색과 형을 미시적 시각으로 확대해서 더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세계 속에 침잠해있는 세계를 창조하려고 한다. 육안으로 시작 했지만,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세계에 깊숙이 침전되어 있는 생명력에 집중하여 그 조그마한 곳의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그리려한다.

 

영원한 어머니의 표상 130x162cm 장지에채색 2006

 

 동양의 산수화는 산의 대(大)에서 숭고를 느끼고, 그것을 그리려 했지만, 나는 동양의 화조화나 화훼화처럼 극소부분에 집중하여, 의식 속에서 키워 사람보다 몇 배 이상이 되는 커다란 꽃잎의 몸짓그림에서 그 꽃의 숭고함과 고결함을 느낀다.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꽃잎 속의 찬란히 빛나는 투명함속에서 나의 마음으로 하여금 그 숭고하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생생한 느낌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영원한 어머니의 표상 194x260cm 장지에채색 2007

 

 우리는 그 꽃을 보면서 감각적 즐거움을 누렸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꽃에서 방대한 양(量)의 갖가지 은유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꽃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무엇이 보이는가? 아름다움 집합체 안에서 어쩌면 삶의 의미에 관한 암시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축소해 들어가면 자연의 이중적 특성, 다시 말해 생명과 소멸이 경쟁을 벌이면서, 복잡한 형태로 변하면서 솟구쳤다가 이내 사라지고 마는 특성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영원한 어머니의 표상 140x140cm 장지에채색 2007

 

 나는 꽃잎을 그린다. 꽃잎의 일생을 그린다. 그러나 암, 수술을 제외하고 꽃잎만을 그린다. 그 이유는, 우연히 학교도서관 앞을 지날 때였다. 어젯밤 불어온 비바람 때문에 장미꽃잎이 만신창이가 되어 흩뿌려있는 것을 보았는데, 꽃잎은 갈기갈기 찢겨있는 반면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암수술은 촉촉한 이슬로 샤워를 하고는 개운한 듯 햇살을 바라보며 영롱한 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 나는 꽃잎이 어머니의 마음을 닮았다고 느꼈다. 꽃잎의 생(生)이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품듯이, 비바람으로부터 암?수술을 보호하고, 아름다운 색과 향기로 벌과 나비를 불러들여 수정에 성공하도록 하는 매개의 역할만을 충실히 감당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꽃받침이란 자리에 묶여 얽혀있다가도 때가 되면 자기가 떠난 빈자리에 또 하나의 생명을 틔울 준비를 해놓고 고요히 흩어지는 모습이 마치 어머니의 생과 닮았다. 이 작은 생명체 안에서 희생적이고 무조건적인 자식사랑을 보는 듯해서 가슴에 감동이 스며온다.

 

 

영원한 어머니의 표상 160x160cm 장지에채색 2007

 

 그러나 꽃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꽃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다가가서 만져보고 싶기도 하고 향기도 맡고 싶게 한다. 꽃에 대한 그러한 생각은 긴 바라(金原省吾)가

 

"그린다는 것은 (일상과 달리) 사물을 잘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반복하고 있는 중에 그 사람의 눈이 열려 진정한 것이 보이게 된다. 이와 같이 해서 사물을 본다고 하는것이 무엇보다도 중대한 것이 된다. 진실로 보려면 내부의 눈을 깊게 높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 하였듯이, 반복해서 보는 중에 생겼다. 자꾸 볼수록 꽃은 나에게 무한한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런데 우리는 꽃잎에 왜 그렇게 매료될까? 꽃잎 표면에 내려앉은 무수한 색 점들의 중첩 때문일까? 꽃잎은 생생하게 느껴진다. 처음에 내가 본대로 미시 시각으로 집중해 보면, 흐릿한 무수한 점과 선이 보일 듯 말 듯 드러냄과 감추기(隱現)를 반복하면서 서로를 드러내고 있다. 그 작고 종잇장같이 얇은 꽃잎들 속에 시작과 종말이 함께 있다. 그것을 그리면서 느끼는 그 완전성과 영원성은 나의 가슴 한쪽 구석을 감동으로 가득 차게 한다. 가슴속에 또 꽃의 생(生)이 시작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나에게 하나하나의 생(生)이 되었다.

 

 

영원한 어머니의 표상 130x162cm 장지에채색 2007

 

 나는 어려서부터 놀이터에, 우리집 앞마당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부용화, 목련과 철쭉, 장미, 대추나무, 토마토나무, 담벼락그늘을 따라 줄지어 모두가 아름다운 색깔을 과시하며 피어나는 나팔꽃, 맨드라미, 채송화, 분꽃, 봄이 오면 눈을 녹여가며 꽃을 피우던 샛노란 수선화, 친구와 나팔을 만들어 부는 시늉을 하곤 했던 나팔꽃, 한여름 뙤약볕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수놓아져있는 금빛의 호박꽃등 나에게는 유독 꽃의 추억이 많고 친숙했다. 그 꽃의 추억에는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의 추억이 함께 있었다. 비록 말이 없지만 꽃과 나무도 나에게 응답을 하는 것을 보고 식물들의 생명력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렸을적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보면

 

 

영원한 어머니의 표상 130x175cm 장지에채색 2007

 

 그들 꽃에는 하나하나 떨어지는 꽃잎이 아닌 꽃잎전체가 붙어져있는 통꽃잎도 있었다. 꽃잎을 들추어보면, 보이는 꽃받침에 묶여있던 작은 구멍은 바로 생명의 시작과 끝을 잇는 터널이다. 마치 어머니의 자궁 같다. 나의 그림에서 핵 이미지는 세계의 중심이자 생명의 근원을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하려는 여성의 자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어머니의 방같이 포근함을 자아내는 이곳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파동이 지속적으로 퍼져나가 그 안에 담긴 작은 생명을 꽃이 있든, 지금은 꽃이 없더라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싱그러움을 유지시켜준다. 이 타동으로 인해 우리 안에 잠재해있는 무한생성의 기운이 전체 꽃으로, 전체 화면으로 활성화된다.

 

 

 

 <출처;tong.nate.com/hnj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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