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나무 아래서
비청 한희옥
뒷뜰 텃밭 앞서거니 뒷서거니 감나무 두그루
늙어 늙어 늘어진 가지
까치 놀이터 인줄만 알았어
감꽃이 떨어지고 푸릇푸릇 떫은감이 주렁 주렁
언제 익어서 떨어질까 뒷문 문설주에 기대어
하나 둘 셋 넷....
몇개나 달렸나 헤아리던날도 있었지
늦은 여름 쿵!쿵!쿵!
어머니의 방아찍는 소리에 낮잠에서 깨어보니
떫은감 으깨는소리
익어 떨어지는 날만 기다렸는데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밥 몇개만 남긴채
어머니 손끗에서 하얀 광목이
요술에 걸린듯 갈색으로 변했구나
감즙은 염색물로 환생하여 갈옷이 만들어질때
어머니 고생은 헤아릴 줄 모르고
못하는것이 없는 줄 알았다오
감속에서 튀어나온 감씨 서로 먼저 주워 먹르려고
으깨진 떫감 손으로 휘젓던 시절 다시 올순 없겠지만
감이 익을 무렵엔 그곳으로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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