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밤
빌레한희옥
시월의 마지막 밤은
실연당한 남자의 뒷모습처럼 쓸쓸하다
소박맞은 여인네처럼 갈곳잃어
덩그러니 앉아있다
그동안의 공은 잊은채
세월에 떠밀려 떨어진 낙엽신세가
될 줄을 그 누가 알았던가
추하게 매달려 추한 꼴 보이기 보단
아직 물기가 한점 남아 있을때
물위로 떨어져야 이뻐보이려나
자유를 갈구했었다
자유가 주어질때의 공허함
갈 곳도 없고
불러주는 곳도 없지않은가
사춘기만 방황하는게 아니다
가을이면 중년의 사랑도 바람을 탄다
나만 그런것일까
가슴속에 바람 한점 스치며
오한이 밀려온다
가을의 마지막밤은
불을 꺼도 잠이 오지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