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이 삭제될때
비청 한 희옥
누군가 나에게 메일을 보냈다는것이
신기한것도 잠시
눈처럼 소리 없이 계속 쌓인다
원한것도 아닌데 쌓여만 간다
나와 상관없는 내용들
갑자기 머릿속이 꽉찬듯하기에
다 지우고싶다
전체메일을 클릭하자 메일이 삭제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달력이 새달력으로 교체될때쯤
상처로 저장된 내용들 삭제를 기다린다
한해동안 아무일도 없었다면 거짓말
희노애락의 희비속에 외줄을 타는 하루 하루
즐거웠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아파했던 날들은 더딘 시간이었기에
긴터널을 헤메이던 나날
지인에게 무소식이 희소식처럼 살고싶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국도옆
겨울 시냇물에 발담궈도
아무렇지 않은 자태로 텃새가된 왜가리처럼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허전하고 텅빈 가슴위로 삭풍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