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불던날
비청 한희옥
봄바람은 여인의 치맛자락만 날리는게 아니란다
겨우내 묻어둔 꽃씨하나 살며시 꺼낸다
그 꽃씨 묻을 자리 흙먼지도 나르고 양분도
가져오다 넘어지고 비구름도 밀고온다
나의 역할이 짖궃다 얄궃다 한다지만
내가 없으면 꽃잎의 하늘거림도 구름도 늘 제자리
물결이 없는 호수 민들레 홀씨의 여행도 없었겠지
이별하는 여인 목에 두른 스카프의 흩날림도
영영 기억에서 없지않을까
봄바람 !
입학식날의 설레임이였고 새로운 친구와의 멀쑥한 시간들
새옷과 새신발의 설레임을 아직도 기억하며 살고싶다
흑백사진 마져도 없는 초라한 어린날의 입학식였지만
나에겐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준건 봄바람이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