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청 2009. 11. 17. 16:04

 

 

순천만 갈대소리

 

                           

                                                                  빌레   한희옥

 

 

순천만 갈대숲이 무르익을때

갈색으로 화장을 고치고

날개를 부풀린다

바람이 심할 수록 춤사위는 거칠다

출렁이는 해수면위로

저녁 노을이 붉어지면

짝없는 철새는 갈대숲 둥지만

만들다 늙는걸까

가을은 또다시

 순천만 깊숙히 내려 앉았건만

지난 가을에 만났던 철새

다시 올것만 같은데

짱뚱어의 사랑 놀음은 여전히 귀엽다

 

 

 

  •  아호: 빌레       본명: 한희옥
  • 제주도 김녕 출생 현재 부산 정관 거주
  • [사단법인]한국노동 문화협회 근로자 실기대회 제 3회 시 부문 은상수상 .월간 한비문학 시등단 (2007.11)23호
    한비문학 작가.한비문학 회원.한국문인협회 회원

    [등단작품]동백꽃.인연의매듭.님오시는소리

    이메일:han41ok@hanmail.net

 

 


      고라니의 영토

       

      빌레 한 희옥

       

       

      고라니가 놀래서 도망가다 움찔 선다

      그리곤 뒤를 돌아다본다

      커다란 눈망울이 무슨 말을 할듯 말듯

      너도 놀랬지만 난 더 놀랬어

      산아랫쪽 웅덩이나 돌틈에서

      웅쿠려 숨죽이고 날이 어둡기만 기다린다

      이산저산 사람들이 점령해선지

      고라니가 마음편히 쉴곳도 노닐곳도 없다

       

       

      밤이 찾아왔다

      하루종일 피해다니느라 허기졌는지

      텃밭으로 내려온다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나잡아봐라 말하듯 뒤를 한번 돌아보곤

      고추밭으로 발길을 옴긴다

      산의 주인과 텃밭의 주인이

      바꿧을 뿐이라고 말하는것 아닐까

       

       

      사람들은 욕심이 너무 많아

      산을 허물어 도로를 만들고

      고속철도를 놓고

      고라니의 영토는 점점 좁아졌다

      어디로 갈까나 어디로 가서 살까나

      숲은 가시밭길보다 무서운 올무 투성이

      고라닌 하나둘 우리곁을 떠나고있다

      공존할순 없는 것인가

      매일 아침 국도에선 동물의 사체가 나뒹근다

      그리고 아무도 슬퍼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