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 / 산월 최길준
갈대 숲 너머 강이 흐른다
죽음처럼 고요한 침묵
정지된 듯한 시간
흐르는 강물에 해와 별을 담을 수 없는 건
얼어버린 강 때문이다
어깨 위에 내린 흰 눈이 뼛속 깊이 시리게 스며들어
삶의 무게 회환(回還)처럼 무겁게 짓눌러온다
산기슭 마을을 이어주는
섶 다리 하나 없는 풍경은 강 탓만은 아니지 않은가
겨울 강을 건너지 못하는 건
네 마음이 가난하기 때문이요
언 손 시린 가슴 데워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 저 강물의
겸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찬 얼음 속 돌처럼 구르다 다시 일어나는
우리 인생 같은 하얀 얼음 언 겨울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