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청 2020. 10. 31. 15:10

매듭을 풀다가

 


                                                              비청

 



시장에서 사 온

사과 비닐봉지 매듭을 풀다

빨리 안 풀린다고

짜증이 확 하고 올라온다
내가 묶어 놓고는
모든 일에도 그러하다
매듭은 내가 만들어놓고

화를 내고 열을 낸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관대하거나

아량을 베풀지 못하는 걸까
별일 아닌 것에 삐지고 상처를 입는다
내면이 부드러운 솜사탕 같으면 좋으련만

말랑한 젤리 같으면 어떨까
얼마나 생채기를 많이 받았으면

거북이 등딱지처럼 되어있었나 보다
달달한 과자라도 먹으면서
가슴을 달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