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청 2021. 1. 18. 12:39

종양

 

                                     비청

 

 

마음이 오래도록 아프다 보면

몸도 힘들었나 보다

이십 년 전 마음의 아픔이 컸는데

십 년 전 몸속에서 종양의 싹이

돋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나와 이별할 때가 왔나 보다

 

증상도 없고 암덩이가 아니라고 하기에

그냥 못 본 체하며 동행만 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몸속 종양은 힘든 삶에

응축된 사리처럼 느껴진다

 

이 악물고 견디며 살아온

20여 년간의 시간

이제 조금 편안하다고

나의 길이 보인다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그동안 통증을 주지 않아서 고마웠다

 

참는 게 능사는 아니였을까

울고 싶어도 참았고

헐뜯고 싶어도 참았던 시간들

 몸은 다 알고 있었나 보다

많은 것을 담고 담다 보면

어느 한쪽은 터지고 마는

비닐 봉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