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청 2021. 3. 27. 17:21

 

버려진 도기 화분

                                                          비청
        

 


누군가의 살림살이가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이불과 옷가지 냄비와

낡은 시장 광주리까지

딱 봐도 오래된 낡은 물건들뿐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살림살이로 오래도록
손때가 묻어있었다
할아버지일까 할머니일 게야
시장 광주리가 있는 걸 보면
나 혼자 추측해본다


짝꿍 친구는 돈이 되는

쇠붙이 냄비와 소주병에 관심을 두었고 

나의 눈에 들어온 게 흙이 묻은

도기 화분뿐이다


버려진 화분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목욕 제게 시켰더니

하얀 속살에 카네이션 그림이

방긋 웃어준다


누군가의 엄니께서
어버이날 카네이션 몇 송이가 심겨
기뻐하며 받았을 생각을 하니 울컥해진다

그분과의 인연이 끝이 났지만

나와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