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청 2022. 4. 19. 22:13

 

꽃잔디

 

 

                                                  비청 한희옥

 

언젠가 이만 때쯤

국도를 달리고 있는데
무덤 한쌍이 온통 꽃으로 덮여있었다
잔디 대신 꽃잔디를 심어
봄이면 무덤이 꽃동산이 되니
국도를 달리던 차 안에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부모님
누군가의 할아버지 할머니
가신 뒤에도 사랑받는 게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진다

꽃잔디 꽃이 필 때마다

그때 무덤이 생각난다
어떤 이는 가신 뒤에도
꽃 너울 머리에 이고

아름다운 모습이고
어떤 이에 조상 묘지에는

매년 벌초해줄
자손이 없다는 이유로
무덤을 회색 콘크리트를 쳐버렸다

무덤을 대리석으로 장식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한 두 평의 땅일지라도

자손의 손길이 느껴지면

살아생전에

발자취를 잘 남기셨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