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마음의 스크래치
비청한희옥
서설로 내릴 건데 제주도의 홍매화 피엏다는 소식에 눈치를 봐선지 겨울비로 내리는구나
어쩐지 어제부터 여기저기 쑤시기 시작 하더라고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사람에게서 배신은 아닌데 배신감 비슷한 걸 당한 적이 있지 싶다
재작년
같은 직장서 고향 언니를 우연히 만났다
제2의 고향이 부산이고 40년 가까이 살았지만 경상도 사람 만나면 그러려니 했었고 정이안 갔다
크게 다가오는 건 없었다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제주도 고향분은 이곳 충청도에서 만나긴 어려웠기에 만나자마자 이웃집 언니를 만난 것 마냥 기분이 둥둥 떠다니는 풍선처럼 마음도 말랑카우가 되어갔다
카톡도 자주 하고 언니 노트북 새로 구입했다면서 컴퓨터 배우는 곳에서 한글도 깔아라고 한다기에 어찌해야 할 줄 몰라 하시기에 한글과 컴퓨터도 컴에 깔아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얼굴도 볼 겸
식사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차츰 정도 들 무렵
그 언니께서 심리테스트를 무료로 해준다며
그림을 그려봐라고 했다
언니 그림과 비슷하게 그렸다며 좋아라 하셨다
친척동생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봉사로 심리테스트 해주고 계신다면서 그 언니에게 해보라 한 걸 아끼는 동생도 한번 해줄 수 있냐며 얻어 왔다기에 은근히 고마웠엏다
그림 심리테스트 한걸 풀이해
준다면 온양 어느 사무실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때만 해도 그곳이 사주카페라는 걸 몰랐다
내가 낚였다는 걸 안건 얼마되지 않아서 깨달았다
그날 또 다른 설문조사처럼 단답형과 논술형 문항에 답글을 달아라고 오십 문항을 주는 것이었다
그때 그 문항을 읽고 답을 달면서 내신상이 완전 송두리째 털리는 기분이 들었고 지난 삶이 고스란히 타인에게 노출되는 듯 부끄럽기도 했지만 기분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내가 원해서 하는 심리테스트는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기에...
그곳 사주카페서
다 못한 공부는 며칠뒤 우리 집 근처 카페서 만나해 주겠다면서 헤어진 뒤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퇴근길에 커피숍에서 만나 문항 문제 풀이를 하다 보니
배도 고프고 슬슬 짜증이 돋아났다
그 동생분에게 저는 이렇게 심리테스트를 심화과정처럼 깊이 알고 싶은 마음도 없고
제 나름 배운 게 있다 보니 궁금하지도 않다고 내의사를 또렷이 밝혀더니 그 동생도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냈다
다음번에는 우리 집에서 저녁도 같이 먹고 주역으로 내사주 풀이도 해준다는 것이었다
헤어진 뒤 고향 언니를 통해 더 이상 설명 듣고 싶지 않으니 다음에 만날 일은 없다고
전해달라고 했더니 고향언니도 나를 설득하다가 안되니깐 소식을 끊어버렸다
그 후 현재까지 연락이 없다
참 씁쓸한 만남으로 기억에 지워지질 않아 극적여 본다.

'▣ㅡㅡ비청 스토리 > 비청 수필(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생 생각나는 친구 (0) | 2025.04.27 |
---|---|
열살 소녀에게 비친 제주도의 삶 (1) | 2024.11.21 |
70세 이후의 삶 (1) | 2023.09.26 |
입맛&방아잎 (0) | 2023.06.11 |
연꽃 자수를 놓으며 (0) | 2020.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