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佛器)를 닦으며
한희옥
봄 햇살마져 온화한 4월
미운 봄바람 훈풍으로 조화를 부리던날
부처님 오신날 준비에 절간은 부산스럽다
연등도 만들어야하고
불기(佛器)도 닦아야하고
법당앞 야외용 비닐자리 깔아보니
묵직한 멍석이 생각나
그 가벼움에 허전함이 밀려온다
놋그릇 뉘이여 비비고 가려운곳 긁어주고
굳은살 시원히 벗겨주는
멍석의 실용성 절실함이여
신문지에 약품을 묻혀 닦아보지만
성이 차지 않는다
총무보살님의 모습에서
머리에 수건 두른 어머님의 모습이 스친다
몸뻬옷에 고무신 다른옷은 없으셨나요
지푸라기에 재를 묻혀 닦던 모습
일년에 열네번 닦으셨다고 하셨지요
지금은 그곳에서 무엇을 닦고 계시나요
해가 산넘어 숨박꼭질 하더니
손목이 아리아리 허리가 쓰리쓰리 할때쯤
놋촛대 놋향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광채
바로 이런 빛이였구나
보살행으로 걸어가고 있는 나의 불심의 거울도
불기(佛器) 처럼 자주 닦아야
녹슬지 않겠지요
심진스님 명상음악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