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난 심비디움
비청 한 희옥
봄을 알리는 전령인듯 큰길 사거리 모퉁이 난전이 벌어졌네
꽃장사 아저씨 봄을 한트럭 싣고 오셨네
방에만 웅크리고 있던 몸과 마음
노란 서양난 꽃봉오리에 정신 뺏기던날
무엇하러 집을 나섰는지 그만 잊고 말았어
집으로 돌아왔지만 서양난 생각에
다시 그곳을 서성거렸지
모두들 봄을 사가네... 혼자 중얼거렸지
나혼자 주머니속 지폐를 만지작 거릴뿐
끝까지 잘키울 용기가 안난다
가질순 없지만 눈으로만 봄을 만끽하고싶어
한참을 보고있었다
꽃장사 아저씨의 바쁜듯한 음성이 귓가에 맴돈다
열개정도의 화분만이 주인을 못 만난듯
반값의 몸이된 서양난
세개남았을때 꽃장사 아저씨
귀찬은듯 천냥에 가져가라고 하신다
노란 서양난이 나에게로 왔을뿐인데
봄 전체가 나에게로 와버렸다
그해봄은 노란난꽃을 보는 재미에 푹빠져
봄이 금방 가벼렸다
꽃은 지고 그이듬해
봄이 왔건만 꽃을 피지 않았다
하우스에서만 피는 꽃일까.
아니면 한번의 꽃이 끝일까
이런 저런 생각에 꽃이 피지 않는 난엔 관심이 없어졌다 .
추위에 얼까봐 초겨울쯤 집안으로만 넣어둔체
가끔 물과 햇볕을 보여 주면서 ...
서양난은 여름에 그늘에서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마땅한 자리도 마련해 주질 않았다.
여름 한낮의 더위에 색이 바랫지만 찬바람이 불자
푸르른 잎새에 윤기가 돌았다
오랫만에 화분을 정리하다보니 꽃대가 올라와 있었다
자연그대로의 서양난은 가을꽃이었나보다
미안함이 밀려온다 방치해둔 물건처럼
난의 이름조차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봄꽃으로만 알았던 내가 바보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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