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기다려온 단비였습니다만 다락골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비가 내리는 날엔 밭뙈기에 들어가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기에
주말마다 인천에서 충남 당진까지 오고 가며
발생하는 비용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컸을까?"
"혹시 아프진 않을까?"
다락골 가는 길은
순간순간 기대와 우려가 교차됩니다.
단비를 머금고 주말에나 찾아 올 주인마중에
씩씩하게 자라고 있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눈에 아른거려
늦은 주말오후 다락골 가는 길에 올랐습니다.
벌써 어둠에 점령당한 작은 마을엔
개구리들의 합창소리만 메아리쳐 맴돌 뿐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습니다.
이게 무슨 청승입니까?
이른 새벽 빗물을 뒤집어 쓴 해맑을 모습들이 궁금해
들어선 밭고랑에서
그새 자란 잡초들이 눈에 거슬려
무의식적으로 쪼그리고 앉아 맨손으로 잡초들을 뽑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습기까지 합니다.
밭고랑을 다 차지하고도 모자라 작물들 틈에 숨어 야금야금 영토를 넓혀가는 잡초들을 제거하는
요령이 이젠 제법 이력이 붙었습니다.
촉촉이 적신 땅에서 호미도 들지 않고 조심스럽게
잡초만 쏙쏙 뽑아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함께 따라 나온 지렁이의 꿈틀대는 모습은 아직도 징그럽기만 합니다.
"쑥 많이 뜯었지요?"
비를 피해 방안에 머문 줄 알았던 옆지기가 비에 젖은 모습을 하고 뒷산에서 쑥을 한 포대
가득 뜯어 와 뽐내려듭니다.
간밤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아침시간까지 계속해서 이슬비가 이여지고 있습니다.
쉼터 밑으로 펼쳐진 다랭이논마다 물이 빵빵하게 차올랐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모내기철이 다가왔는데
물을 끌어오지 못해 시름만 깊어가던 동네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흡족히 내린 비가 감자밭엔 단비 중에서도 단비입니다.
생육과정에서 감자알이 굵어지는 시기에 물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데
감자밭이 지금 가장 물을 많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맺힌 꽃망울을 제거하며 밭고랑에 난 잡초들을 뽑아내는데
감자 잎을 갈아먹은 28점박이무당벌레의 가해 흔적이 보였습니다.
모기장처럼 엮인 앙상한 줄기만 남기고 잎사귀를 깨끗하게 먹어치운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갈아먹은 흔적이 남아있는 주변의 잎들을 들춰가며 잡아 없앴습니다.
그대로 방치해두었다간 남아나는 감자 잎이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옆지기는 요즘 애들은 잘 먹지 않은
쑥개떡을 만들 때 쓸 재료준비에 들떠있습니다.
벌써 쑥을 몇 차례 더 뜯어온 모양입니다.
지지난주에도 쑥개떡을 만들어 도시 주변 분들과 나누어먹었는데
그 인기가 괜찮았나봅니다.
이번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 다락골에 내려온다 하면 갖은 이유를 둘러대며
반대했었는데 군소리 한마디 없이 따라 나선 것을 보면
그 인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손길이 덜 타는 곳에서 뜯어온 것이라 향이 진합니다.
2주 사이에 쑥이 많이 억세졌습니다.
생기지 않았던 심이 줄기에 많이 박혔습니다.
심이 박힌 줄기는 따로 추려내 분리한 후 물로 씻어냅니다.
푸른색을 살리기 위해 소다와 소금을 조금씩 넣고 끓는 물에 삶아낸 후 다시 물에 헹구어
시원한 곳에서 채반에 받쳐 물기를 제거합니다.
큼지막한 함지박에 쌀을 담아 물로 깨끗이 씻어낸 후
2-3시간 물에 불렸다가 물기를 제거합니다.
일을 마무리 짓고 인천으로 올라가는 길에
시골방앗간에 들려
이것들을 빻고 치대서 반죽을 만든 후
적당한 크기로 덩어리 지어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며 틈틈이 꺼내 둥근 모양으로 얇게 펴 개떡을 만들 후 쪄 먹을 거랍니다.
벌써부터 쑥개떡 생각에 입안엔 쑥 향이 넘쳐납니다.
옮겨심기 후 심한 적응기를 겪었던
고추들이 땅기운을 흡수하고 기운을 차렸습니다.
원가지에서 2개의 가지로 나누어지는 방아다리가 생겼고
꽃도 두세 개씩 피었습니다.
꽃 주변에선 몹쓸 나방들도 서너 마리 보입니다.
애벌레가 고추의 과육 속으로 파고들어가 해를 끼치는 담배나방을 유인해 없애기 위해
준비해 둔 음료수 페트병을 고추지지대에 매달았습니다.
병속에 나방들이 좋아하는 냄새를 풍기는 막걸리와 효소찌꺼기를 넣고 야간의 살충제를
섞어 넣었습니다.
고추농사를 지으면서 사용해본 결과
이방법이 담배나방을 퇴치하는 방법으론 최고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조선오이도 점차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보란 듯이 부쩍 성장했습니다.
그 옆에 사두오이와 쥬키니호박을 이식했습니다.
2m까지도 크는 사두오이를 유인하기위해선
2m이상의 지지대에 오이그물망을 설치해야하는데
마땅한 높이의 지지대를 미쳐 준비 못했습니다.
할 수 없이 1.5m고추말뚝을 2개를 연결하여 지지대를 세우고
오이그물을 설치했습니다만 한편으로 달리는 오이 무게를 버텨낼까가 걱정입니다.
커가는 사정에 맞춰 보완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언니!
집에 계신가요? 쑥 좀 뜯어오는데 계시면 들려 드리고 갈려구요."
이 사람도 나누어주어야 하고, 안 주면 저 사람이 걸리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옆지기는 셈하기 바쁩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단비에 주인의 정성까지 덧붙이니
생물들에게서 생기가 넘쳐납니다.
하릴없이 보낼 것 같았던 하루가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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