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냄비 태우던날
비청/한희옥
얼마 지나지 않아 깜빡하는 증상은
반복되어가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것에 대해선
차츰 잊혀져 갔다
내것에 대한 개념도 욕심도
점점 놓아버리고 있었다
오늘 태운 냄비도 버릴까 하다가
시집올때 친정어머님이 장만해주신 스텐 3중바닥 냄비
이냄비도 몇번 태웠지만
철수세미로 닦으면 새것처럼 반짝거렸다
오늘은 얼마나 많이 탔던지
친정 어머님은 속이 이랬을까요
탄냄비의 모습은 친정어머니 가슴처럼
검은 끄으름이 흘러 내려 근심은 덕지 덕지
냄비 내부는 숱검댕이 가슴
모래의 힘을 빌려 놋그릇 닦듯이
박박 문질렀더니
처음만큼 맑은 얼굴은 아니더라도
저 괜찬아요 ....이러는듯 하여 가슴이 아려오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