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기와 가습기
비청한희옥
목감기로 며칠간 고생하다
깊숙이 잠자는 가습기를 깨웠다
작년에 잘되다가 가습이 멈췄다
얘도 나만큼 지쳤나 보다
단순하게 생긴 애라
고장은 아니고
그냥 쉬어주면 되겠지 하고 서랍 속에서 잘 쉬었겠지
꺼내면서
반신반의했는데
역시나였다
얘도 나처럼 아프구나
내가 고쳐 줄 순 없어도 버리진 못하겠다
나를 닮은 것 같아서
가습 나오는 게 안 보여서
방에 불을 껐더니
한밤중 아무도 몰래 불을 피워
굴뚝에 연기 피어오르기 시작하듯 아주 조용히
누가 볼까 봐
누가 알까 봐
피어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