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손가락
비청 한희옥
엄지 손톱을 볼때마다 항상 미안해
맏딸처럼 일만 시키고 예쁜 반지도
흔한 매니큐어도 발라주질 않았어
일을 많이해서 닳은 손톱
예쁘게 깍으려고 하면 모가난 조가비 같아
언제쯤 제모습 찾을까
주인을 잘못 만난 엄지야
너를 볼때면 내모습 보는것 같아
깨물어 어느 손가락 아프지 않겠냐만
유독 너만은 쉴 시간없어
갈라진 손톱 윤기마져 없구나
나의 분신
만약에 다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누군가 나의 엄지 손톱을 볼까봐
움추려 숨긴다 나도 모르게
그럴 필요 까진 없는데
내 삶의 버팀목으로 지켜준 엄지 손가락
살포시 펴서 조가비색 매니큐어 발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