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비청 스토리/비청 수필(essay)

은행을 씻으며

비 청 2017. 11. 22. 23:24



            

  은행을 씻으며


                                                     비청 



은행나무는 참으로 고마운 나무란걸 은행을 주우면서 느끼다니 

가을이 오면 늘 나무중에 유독 눈에 띄게 노란잎을 달고 있는 나무로만 알고 있었다는게 

저의 무식이 들어나는 순간이랄까요 

작년엔 나무주인이 주워간 은행나무 밑에서 마지막 떨군 은행을 조금 주워 겨울 간식거리로 

먹다보니 맛도 있고 건강에 좋을듯해서 이웃 할머니께 은행을 5키로 구입했었다

올해는 운이 좋은건지 몰라도 집 뒷뜰에 은행이 그냥 떨어지고 있기에 

여쭤봣더니 은행 그냥 주워가라고 하시었다 


11월 중순쯤 은행잎도 우수수 떨어지지만 은행도 바람불면 뚝뚝 떨어지니 

가을이 주는 기쁨도 누려보았답니다 

홍시도 익기전에 따야하고 은행은 나무에 달린걸 따는것도 즐겁지만 

나무에 달린건 바로 껍질이 벗길 수 없기에 떨어질때를 기다렸다 

은행을 줍는게 낫다는것도 배웁니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이유도 종족번식을 위한 방편일까 아니면 자신을 숨기기위한 몸짓일지도 

냄새가 나거나 말거나 저는 장갑을 끼고 두손으로 주었답니다 

직접 은행을 주워보신분은 느꼇을테지만 은행을 줍는 일은 힘든 운동과 마찬가지랍니다 


날이 좋은날 은행을 수레에 끌고 마을 중간에 흐르는 냇가로 갔어요 

물이 맑아 은행을 씻기가 미안할 정도였지만 마을 주민들은 누구나 은행을 씻고 계셨기에 

저도 처음이지만 두바케스정도를 조심스레 냇가로 미끄러지듯 장화신고 고무장갑끼고 

구멍이 슝슝난 바구니 들고 내려갔지요 


정말 시냇물은 적당한 높이와 유속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흘러갔습니다 

먼저 은행을 커다란 이삿짐 바구니에 붓고 장화발로 자근자근 밟았답니다 

노란 은행물이 퍼지면서 은행껍질은 무참히 볼품없이 흐느적 거리면서 

유속에 따라 바구니 밖으로 흘러갔습니다 


하나가되었던 은행 껍질이 분리가 되는 순간 저는 가슴이 꿍꽝거리는듯 햇답니다 

알에서 나온 은행은 너무 이쁘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밑으로 가라앉아 지들기리 

소근 소근 거리는듯 소리 또한 이쁘게 ....장갑낀손으로 바락 바락 씻겼지만 

은행알의 소담스런 모습은 참 묘하게 제 가슴에 콕콕 박혀왔답니다 


이렇듯 뽀얀 은행알이 알알이 실에 꽤메고 싶은 심정이였습니다 

먹기도 아까운 은행알이였지요

세번에 걸쳐 은행을 씻고 찌꺼기를 물흐름과 같이 흘러보내면서 

자연에서 태어난 것들은 또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나보다 

비록 시냇물을 따라 흘러가겠지만 흘러가다 어느곳에 머물러

 자양분으로 다시 흙으로 돌아갈거란 

생각에 모든것들은 인연따라 흘러가다 멈추고 또 멈추다 흘러가나보다 





예산 향천사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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