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비청 스토리/비청 수필(essay)

연꽃 자수를 놓으며

비 청 2020. 11. 12. 22:28

연꽃 자수를 놓으며

 

                                                                     비청

 

 

 

자수가 저에게 이렇게 많은 걸 가져다준 것에 대해 다행이라 여긴 게 오늘 처음은 아니랍니다

시 창작 다음으로 나의 반려 자수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나 할까요

자수는 중학교 때 가사 시간에 아주 조금 배운 게 전부다 재봉틀도 제대로 배우질 못했지요

재봉틀 실습시간에 저는 교육청에 시상식 하러 다녀온다고 그 중요한 시간을 못 배우고 지나가버렸어요

저의 어머니께서도 재봉틀은 가르쳐 주시진 않으셨고 뜨개질만 가르쳐 주셨고 바느질할 때

실이 엉키면 어머니께서 바늘 끝으로 금방 풀어주셨기에 실이 엉켰을 때 풀 줄을 몰랐지요

요즘 자수하면서 실이 자주 엉키어 바늘 끝으로 푸는 방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요

어머니께서 엉킨 실을 푸는 방법을 알려 주셨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컸지만

새록새록 그때의 일을 기억하는 게 어머니를 생각게 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올여름부터 자수를 놓게 된 계기가 세탁소에 옷 수선할 때마다 잘라낸

자투리가 버려지는 게 아깝다고 여기어 잘린 자투리를 전부 모아서 달라고 했었요

무언가 손바느질로 만들고 싶었고 일하면서 짬짬이 시간이 많이 날 때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티브이만 보는 게

아깝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책도 여러 권 읽어봤지만 그것마저 오래 가질 못했어요

뜨개질을 한다고 비싼 실을 사서 뜨다 풀다 여러 번

어깨 목 눈 안 아픈 곳이 없이 점점 아파오고 크게 뜨거나 작거나

나의 체형이 뜨개질 책에 나온 교본과 맞을 리가 없지요

 

천 자투리로 머리 묶는 곱창도 여러 개 만들었어요

청지로 마스크를 만들었더니 자수가 들어간다면 보기가 좋을 거란 생각에

연꽃 자수를 처음 놓기 시작을 계기로

청바지에도 청치마에도 청지마다 연꽃 자수 그림을 사진 보고 그리고 놓다 보니

생각 외로 재미도 있거니와

나만의 특색 있는 청바지 패션이 되어갔어요

 

그렇게 여름이 훌쩍 지났어요

한 곳에 빠지다 보니 하루도 짧고 잡념도 없어지고

자수를 놓으면서 좋은점들이 많아지더군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아무리 바빠도 바늘 옆구리에 실을 메어서 바느질이 안된다는 걸

확실하게 알았어요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또 다른 할 일이 생겼다는 게 얼마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지요

얇은 청지에는 자수 놓기가 수월했지만 두꺼운 청지에는 자수가 힘들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연꽃을 좋아라 해서 연꽃 수묵화 그리기를 배워서

집안 곳곳에 연꽃 그림을 직접 그려서 붙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수묵담채화를 6개월 배우다 사정이 있어서 중단됐어요

지금도 배울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배우고 싶었지만

직장생활에 코도 끼워져 있지만 올봄 코로나 19로 인해

센터나 평생교육원이나  모든 수강신청이 중단되고 말았지요

다시 붓을 들 기회는 오긴 올까 그나마 시창작은 혼자서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깁니다

 

붓으로 그린 연꽃보다는 자수실로 연꽃을 그린다면 어떠할까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어요

하얀 광목천을 구매해서 연꽃 사진을 보면서 밑그림을 그려보았더니 생각 외로 그림이 잘 그려졌어요

또한 그림 그리는 재미도 솔솔 하니 그림은 그릴 수록 는다는 말이 맞는구나 자수를 놓는 일은

일석이조라는 걸 또 배웁니다

그림도 그리고 색실로 채색을 하다 보니 나만의 개성도 깃들어갔어요

유튜브에 연꽃 자수 놓는 동영상을 찾아보았지요

외국인들이 직업으로 하는 걸 많이 올려놓았더라고요

어렵지 않아 보였고 똑같이 따라 할 필요는 못 느껴요 나만의 스타일로 찾아가고 있지요

 

자수를 놓다 보니 필요한 소품이 자수실 흰광목천 쪽가위 수틀이 필요합니다

모두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하고 있어요

쪽가위는 무쇠로 된 게 있지만 스테인래스 스틸 쪽가위를 새로 구매했어요

아무래도 스테인리스 스틸 쪽가위라 작지만 일만 원 대가 넘습니다

저에겐 가위에 대한 추억이랄까 트라우마가 있어요

중학교 가사시간에 블라우스 만들기 시간이 있었어요 가위와 천 실 바늘 준비물을 갖춰 등교했지요

우리 집 가위는 스테인래스 스틸 가위였어요 70년대 스테인래스 스틸 가위를 구경하기란 어려운 시기였지요

지금이라 인터넷 쇼핑몰에 널려있지만요. 어머니께서 일본 다녀오면서 가져온 스테인래스 스틸 가위는

반짝반짝 빛이 났기에 학교 교우들이 그 가위를 돌려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그 가위는 저에게 돌아오질

않았어요. 한 사람 한 사람 뒤질 수도 없고 잃어버리고 나서 어머니께 야단맞고 말았지만

지금까지도 그 가위가 아깝다는 생각에 잊히질 않아요

그래서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소품이지만 쪽가위라도

스텐인래스 스틸 가위로 구매하고 싶어 구매했어요 

그런데 그 쪽가위도 또 탐을 내는 한분이 계십니다

제가 모시고 있는 어르신이 치매가 심하시어 본인이 한 행동을 금방 잊어버리십니다

손에 귤을 들고 계시면서도 그 귤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기억을 못 하시고요

우리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너무 많으십니다

제가 자수 놓는 소파에서 자리를 비우면 없어지는 물건이 하나둘이 아니다

쪽가위와 자수용 사인펜도 어르신 책상 위로 길을 잃어 놓여있기가 일수입니다

매일 그러려니 하며 밀당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얼마 전 예산행복마을지원센터에서 VR온라인 전시회 작품 모집에 작품 모집을 하길래

전화로 문의했더니 자수 작품도 해당된다고 하여 첫 작품을 제출했더니 선정이 되었나 봅니다

12월 예산읍 네 "추사 아트"에서 작품 전시회도 가지고 온라인 전시실에 작품도 등재된다고 합니다

첫 작품을 계기로 으싸으싸 힘을 내 더 많은 작품을 품는 꿈을 꾸게 됩니다.

오늘도 하얀 광목에 어떤 색을 입힐까 설레며 또 출근 준비를 해봅니다

자수는 저에게 또다른 벗이자 행복입니다

저에게 맞는 취미를 찾아가는 길이 한길일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산도 좋고 바다도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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