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비청
마음이 오래도록 아프다 보면
몸도 힘들었나 보다
이십 년 전 마음의 아픔이 컸는데
십 년 전 몸속에서 종양의 싹이
돋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나와 이별할 때가 왔나 보다
증상도 없고 암덩이가 아니라고 하기에
그냥 못 본 체하며 동행만 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몸속 종양은 힘든 삶에
응축된 사리처럼 느껴진다
이 악물고 견디며 살아온
20여 년간의 시간
이제 조금 편안하다고
나의 길이 보인다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그동안 통증을 주지 않아서 고마웠다
참는 게 능사는 아니였을까
울고 싶어도 참았고
헐뜯고 싶어도 참았던 시간들
몸은 다 알고 있었나 보다
많은 것을 담고 담다 보면
어느 한쪽은 터지고 마는
비닐 봉지처럼.
'▣ㅡㅡ비청 스토리 > 비청 자작시(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질 수 없는 너 (0) | 2021.01.23 |
---|---|
안개에 쌓인 길 (0) | 2021.01.22 |
날 위해 (0) | 2021.01.11 |
고향에서 보내온 감귤 (0) | 2021.01.06 |
악기가된 오동나무 (0) | 2020.12.21 |